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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화장실 이야기
화장실의 눈길 끄는 문구 본문
* 조준 잘하면 명문대 합격
(어느 고등학교 화장실에 붙어 있는 문구다. 고등학생들에게는 이만한 설득력을 가진 문구도 없을 것이다.)
* 네 것은 권총이지 장총이 아니여. 바짝 다가서라 이놈아. 청소아줌마 백
(청소아줌마의 호방한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 안 다가서면 봉걸레 자루로 물건을 부러뜨릴지도 모른다.)
*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역시 정조준을 권장하는 문구.)
* 소변기에 똥 누는 놈에게
사람이 사람답기 위해서는 격(格), 예절이 필요하다. 똥의 굵기로 보아 나는 네가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급한 사정을 나라고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로 세 번째임에야 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훈계한다. 내가 옆 대변기를 잠근 이유는, 대변기에서 20여 개의 주사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너의 소행으로 몰면 너무 억울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증거도 없기에 나는 네가 약에 취해 그 지랄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너는 소명할 기회조차도 잃어버린 것이다. 좁은 공간, 자세도 나오지 않는 데서 큰일을 치르는 네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세 번이나 그렇게 한다는 너의 뚝심에, 아니 너의 엉덩이 괄약근에 삼가 건강을 바라노라. 목욕 가서 엉덩이 박박 닦거라. 너 일 보며, 분명히 소변기 밑 튀어나온 부분이 닿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그 엉덩이로 추석에 차례는 지낼 수 없을 거다. 다시 한번 너의 격(格)이, 좀 올라가기를 기원한다. 화장실 관리인 백.
(그야말로 화장실 관리인의 드높은 격이 느껴지는 경고문이다. 이 경고문을 보고도 소변기에 똥을 누는 놈이라면 가축에 가깝다.)
<출처: 글쓰기의 공중부양, 이외수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