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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화장실 이야기
<모셔온 콘텐츠> 초고령 사회… 집안 중심은 이제 화장실이다 본문
일러스트=이철원
요즘 새로 짓는 집이나 아파트의 경쟁력 핵심은 주방이다. 음식을 만들고 먹는 부엌과 식탁 공간이 커지고 인테리어도 화려하다. 어둡던 부엌을 채광 좋은 곳에 놓는다.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리대에 파묻힌 인덕션과 널찍한 아일랜드 테이블은 기본이고, 미술관 수준의 주방 가구가 등장하고, 냉장고에는 인공지능을 탑재한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 어느 집이나 부엌에 가장 큰 돈을 들인다. 특히 새로 지어 분양하는 아파트가 그렇다. 남자도 조리대와 싱크대 출입이 기본이다 보니, 주방 영토 확장은 대세다.
집 안 중심 구조는 시대에 따라 변했다. 가부장 시대에는 어르신과 자개장이 있는 안방이 중앙이고, 아이 둘 핵가족 시대에는 소파와 대형 TV가 있는 거실이 가운데다. 홈쿡(home cook)과 여심(女心) 시대에는 부엌 공간이 중심이다. 이제 주방이 안방이자 거실이다.
그럼 노부부만 살게 되거나, 나이 들어 혼자 사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는 고령 사회에서는 어디가 집 안 중심이 될까. 부엌이 계속 ‘마님’ 지위를 유지할까. 지금 한국인 열 명 중 여덟은 공동주택에 산다. 그중 대부분이 아파트에 산다. 4인 가족 위주로 지어진 대다수의 아파트는 집 안에 화장실이 두 개다. 그래서 둘 다 크기가 작다. 사용 목적에 맞게 최적화된 구조다.
화장실은 어떤 공간인가. 세면대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변기에서 지난 일상을 정리한다. 샤워실이나 욕조에서는 피부에 묻은 피지를 없애고, 몸에 쌓인 스트레스를 날린다. 때로는 그곳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고, 새로운 의욕을 다진다. 그래서 화장실을 영어로 레스트룸(restroom)이라고 부르지 않나 싶다. 화장실은 노폐물 제거소이면서 회복 충전소인 셈이다. 신체 기능상의 문제가 발견되거나, 질병 징후가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화장실은 생활 문제 진단소다.
나이 들수록 변기, 욕조, 세면대에 갈 일이 많아지고 머무는 시간도 늘어난다. 이것저것 챙길 게 많다. 그래야 매무새도 깔끔하고, 몸놀림도 편하다. 화장실 잘 쓰는 사람이 건강한 법이다. 게다가 나이 들면 신체 기능이 떨어져 화장실, 욕실 사용이 점점 힘들어진다. 물기 많은 곳이라 미끄러져 낙상할 우려도 높아진다. 그러기에 고령 사회 선진국에서는 고령 친화 화장실 만들기가 한창이다.
주택에서 화장실이 차지하는 공간을 넓힌다. 움직임이 느려진 시기에는 집이 작아야 편하지만, 화장실만은 좁아서 불편하지 말아야 한다. 화장실 위치도 집 안서 가장 접근하기 좋은 곳에 놓는다. 그만큼 자주 쓸 일이 많다는 얘기다. 자다가 일어나면 침실 화장실이 바로 눈에 띄도록 침대 위치를 조정한다. 침대 옆 깔판 센서를 일어나 밟으면 화장실 바닥에 빛을 비추는 조명 장치를 설치한다. 창문을 뚫어 채광과 통풍도 좋게 하고, 냉난방 열관리를 한다. 화장실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중이다.
화장실 내에는 손 닿는 곳마다 손잡이를 설치한다. 바닥은 미끄럼 방지 설비가 깔린다. 주방 가구가 미술관화 되듯, 화장실 가구도 세련되어지고 있다. 요즘 부엌이 그렇듯 화장실 수납 공간이 늘어난다. 버튼을 누르면 세면대 높이가 조절되는 것도 인기다. 나이가 들면 허리가 안 좋아서 높이 조절 되는 것이 편하다. 고령인은 침대도 위아래로 움직이고, 허리 부위가 앞뒤로 접히는 것을 좋아한다. 변기에 휴지를 비치하는 걸이를 양쪽에 둔다. 한쪽 손으로만 무리해서 쓰지 말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손으로 휴지를 집으라는 뜻이다. 휠체어 타는 고령인을 위해 화장실 천장에 들어서 이동시키는 크레인을 설치하기도 한다.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은 고령 사회에서는 알몸이 머무는 곳이 편하고 널찍해야 한다. 그래야 조바심은 줄고, 마음은 여유로워진다. 삶의 막판까지 타인의 돌봄 없이 혼자서 화장실 쓸 수 있는 사람이 애국자다. 자기 집에서 인생 끝까지 지내야 개인은 행복하고, 나라는 잘 산다.
이제 화장실에 돈을 쓰시라. 화장실 사치가 돈 버는 길이자, 안전하게 건강 장수하는 길이다. 다가올 초고령 사회에서 집 안 중심은 화장실이 된다. 인간 삶은 잘 먹는 거로 시작해, 잘 내보내는 것으로 끝나는 법이다. 화장실을 고이 받들어 모셔야 한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출처: 조선일보(2023.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