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1일 개봉하는 인도 영화 <토일렛>의 포스터. 화장실이 없어 갈등을 겪는 부부 이야기를 다룬 풍자 코미디 영화다.
2014년 5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부다운에서 14세와 16세 소녀 2명이 성폭행 당한 뒤 피살된 채 발견됐다. 사촌 간인 두 소녀는 집단 성폭행 뒤 살해됐고, 범인들은 이들을 나무에 매달았다. 부다운 주변 시골마을에서 최하층 카스트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으로 살던 이 소녀들은 집에 화장실이 없어 들판에 용변을 보러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농촌지역 인구 8억 명 중 절반이 야외에서 용변을 봐야한다. 집에 화장실이 있는 경우가 전체 45%밖에 되지 않아서다. 도시 지역 인구 12%도 집에 화장실이 없다. 인도에서 화장실은 여성 안전과 직결된다. 지난해 미국 미시건대 연구에 따르면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 바깥으로 나가 들판이나 철도에 용변을 봐야 하는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성폭행 당할 위험이 2배나 높다.
2013년 한해에만 인도에서 성폭행 사건 2만4923건이 보고됐다. 국가범죄기록국은 이 나라에서 22분마다 한 번씩 성폭행이 벌어진다고 발표했다. 집에 화장실이 없어 수㎞ 밖까지 나가야 하는 인도 농촌지역의 여성들에게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생명과 존엄성을 위협하는 도전으로 다가온다. 인도 비하르주 경찰 관계자는 2013년 BBC에 “이 지역 성폭행 사건 대부분은 여성들이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 용변을 보러 나올 때 벌어진다”면서 “집집마다 화장실이 갖춰져 있었다면 지난해 1년 동안 성폭행 400건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비하르주에서만 870건이 넘는 성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비하르주는 인도에서도 가장 가난한 농촌 지역이다. 인구 85%가 집에 화장실이 없다.
다음달 11일 개봉하는 ‘발리우드’ 영화 <토일렛>은 이 같은 인도의 상황을 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화 개봉 소식을 알린 홍보사는 “열악한 위생시설과 화장실 문제를 다룬 세계 최초의 장편 영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최고 인기 영화배우 아크샤이 쿠마르와 부미 페드네카르가 부부로 출연하는 이 영화에는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터넷으로 선공개한 트레일러 영상은 불과 이틀동안 조회수 2500만건 이상을 기록했다. 쿠마르와 페드네카르는 이 영화에서 집에 화장실이 없어 관계에 위기를 겪는 부부를 연기한다.
이 영화 제작자는 “인도의 수많은 여성들은 새벽녘이나 해가 진 뒤 용변을 보러 가는 동안 성폭행과 납치 위협에 직면한다”면서 “일상적으로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4년 취임 직후부터 화장실 문제 개선을 최우선과제로 지목했다. 2019년까지 전국에 화장실을 지어 야외에서 용변 보는 일을 없애는 게 목표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보건위생 국제 시민단체인 워터에이드 보고에 따르면 제대로 된 화장실이 필요한 사람만 나라 전체에서 7억7000만명에 이른다. 깨끗한 물을 이용하지 못하고 화장실 등 위생시설이 열악해 매년 5세 이하 아동 6만8000명이 설사로 목숨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