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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셔온 글> 똥은 돈이다

빅용가리 2023. 2. 3. 23:46

[홍종호 교수의 그린 이코노미] 

"돌이네 흰둥이가 누고 간 똥입니다. (중략) 강아지 똥은 그만 하느님이 원망스러워집니다. (하느님이) 하필이면 더럽고 쓸모 없는 찌꺼기 똥까지 만들 필요는 없지 않나 해서입니다. (중략) 강아지 똥은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졌습니다. 땅 속으로 모두 스며들어가 민들레의 뿌리로 모여들었습니다. 줄기를 타고 올라와 꽃봉오리를 맺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화작가인 권정생의 대표작 '강아지 똥'의 일부다. 자연과 생명 사랑을 노래한 아름다운 이야기다. 하지만 경제학자의 눈에 비친 이 동화는 '똥은 곧 돈'이라고 하는 중요한 교훈도 던져주고 있다.

논의를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을 때의 경제적 피해와, 다음으로 적절히 활용했을 때의 경제적 효과다.

분뇨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그로 인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싶다. 서양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배설물에 대한 처리 개념이 없었다. 중세 시대에는 집 밖으로 함부로 오물을 집어 던지는 통에 보행자가 직접 피해를 받는 것은 물론, 도심의 위생 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었다. 비가 오면 길바닥의 오물이 강으로 흘러들어 수질을 오염시키고 수인성 전염병을 통해 인간을 공격했다.


■오·폐수의 65%가 가정의 부엌·화장실에서 나와 

19세기 말, 미국 뉴욕시 거리는 마차를 끄는 20만 마리의 말에서 나온 배설물로 인해 엉망이었다. 지금은 이것이 100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되는 애완견의 배설물로 대체됐다.

프랑스 파리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도심에 수없이 널려 있는 개똥 때문에 걷기가 불편할 지경이다. 오죽하면 '괴짜경제학 (Freakonomics)'의 저자인 시카고 대학의 레빗(Levitt) 교수가 배설물을 적정 처리하지 않은 애완견의 소유주를 처벌하기 위해 애완견 등록 시 DNA 샘플을 채취하자고 제안했겠는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AI)는 닭, 오리 등의 배설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되는 오·폐수 총량 중 65%가 가정의 부엌과 화장실에서 배출되는 생활 하수다. 축산 폐수의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단위 배출량당 수질에 미치는 악영향은 생활 하수의 50~150배에 이르기 때문에 하천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4대강 유역의 수질 개선을 위해 1997년부터 2005년까지 11조원 이상을 투입하였음을 감안하면, 인간과 동물이 배출하는 배설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똥을 더럽다고 여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환경을 깨끗하게 할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동양과 달리 역사적으로 가축의 분뇨를 재활용하는 데 인색했다. 그러나 이제는 분뇨의 경제적 가치에 눈 뜨고 있다. 미 농무성은 소의 분뇨를 거름으로 활용할 경우, 그 속에 함유되어 있는 질소(N), 인(P), 칼륨(K)의 화폐 가치가 톤당 각각 8.3달러, 5.4달러, 3.5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인공 비료를 사용했을 때에 비해 수확량이 10%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항 화장실 업그레이드 시켰더니 청소비용 20% 절감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에 있어 농업 생산성 유지는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그래서 가축의 배설물은 매우 유용한 거름이 된다. 여성들은 직접 바구니를 이고 아직 마르지도 않은 소 똥을 주워 담는다. 동시에 이 지역에서는 부족한 땔감을 보충하기 위해 배설물을 가정용 연료로 사용한다.

문제는 이때 발생한 실내 공기오염으로 인해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는 가축 배설물의 부작용 없는 최적 사용을 위한 정책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생활 하수는 하수처리장을 통해 정화되어 하천으로 유입된다. 그런데 이렇게 처리된 하수는 통상 섭씨 12도에서 24도를 유지하므로 효과적인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즉 여름에는 대기 온도보다 낮고, 겨울에는 대기 온도보다 높기 때문에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의 냉·난방 및 냉·온수를 공급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이미 일본과 북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정화된 생활 하수를 에너지로 재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미활용 에너지(unutilized energy)에 대한 관심을 더 가질 필요가 있다.

공항은 관광객들에게 방문국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얼굴과 같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 있는 시폴(Schiphol) 국제공항은 1990년 초 화장실 변기를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관리 비용을 줄이고 쾌적성을 높이는 성과를 이루었다. 지저분해지기 쉬운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 주변을 청소하기 위해 관리인을 추가로 고용하는 대신, 소변기 안에 집파리 모양의 물체를 '조준용'으로 부착하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화장실은 훨씬 깨끗해졌고, 청소 비용은 20%가 절감되었다. 네덜란드의 한 일간지는 시폴 공항을 화장실 청결도 1위 공항으로 지정하였다.

배설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여기저기가 막히고 더러워지면서 피해가 발생하지만, 반대로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면 환경이 깨끗해지면서 돈도 벌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심하게 살펴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비로소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출처: 조선일보(2008.  5. 16.)>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5/16/2008051600658.html

 

[그린 이코노미] 똥은 돈이다

그린 이코노미 똥은 돈이다 <16> 사람·동물 배설물 잘 이용하면 경제적 효과 커 소 분뇨, 거름으로 쓰면 수확량 10% 늘어 생활하수는 주택·건물 냉·난방에 활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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