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뉴스> LA 길거리 3억짜리 화장실 무용지물
LA 길거리 3억짜리 화장실 무용지물
입력시각 : 연합뉴스 2007-05-04 07:26
로스앤젤레스시가 외지 관광객 등의 편의를 위해 시내 다운타운에 대당 30만 달러에 설치한 고가의 화장실들이 각 부서의 관료주의 탓에 무용지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LA시 당국은 2년반전부터 이미 길거리에 화장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나 뉴욕 등 전세계 600여 도시처럼 시내 전역에 화장실을 설치키로 하고 화장실 외벽에 광고를 유치, 1억5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보증하며 프랑스 회사 및 CBS아웃도어 공동 투자 벤처회사와 20년간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LA시는 완전 자동화 장치가 장착된 150대의 최신식 화장실을 설치키로 했고 벤처회사는 6개월전인 지난해말 관광객 등 보행 인구가 많은 다운타운 퍼싱스퀘어 일대에 7대와 함께 시와 체결한 부대조건인 버스승객 편의시설 등을 설치했다.
녹색의 고급스런 화장실에는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의 사용설명문이 부착돼 있고 25센트짜리 동전 1개를 넣어야 입장이 가능하다.
대당 30만달러(약 2억7천900만원)로, 웬만한 집 한 채 값인 이 화장실은 그러나 7곳 가운데 현재 제대로 이용중인 곳은 단 1곳에 불과하며 나머지 6곳은 아예 가동되지 않거나 이용자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처럼 화장실을 설치하고도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은 수도,전기,하수 등 여러 부서의 허가와 확인 절차가 필요한데다 이들 부서끼리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관료주의 탓에 계획된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도 갈수록 더뎌지고 있는 형편이다.
도심에 화장실을 설치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찬성파들은 보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여러 관광지처럼 더 많은 시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도심에 각각 500개이상의 고급 화장실을 운영하고 있는 아테네나 런던, 싱가포르의 경우를 들고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도심의 미관을 해칠 뿐이라고 주장하며 5개의 화장실을 설치해놓고 연간 70만 달러의 관리비를 쏟아붓고 있는 시애틀이 마약상과 매춘부들의 온상으로 변질된 화장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사례를 지적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