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살바도르 달리도 똥을 예찬했다네요
똥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한 아이템이다. ‘똥’ 소리만 들어도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웃고, 체면치레에 익숙한 어른도 입꼬리가 치켜 올라간다. “하루라도 똥 얘기를 안 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한국의 똥 박사 3인방에게 똥이란 어떤 의미일까?
중국 베이징올림픽에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을 제치고 100억원 규모의 이동식 화장실 공급계약을 따낸 이영호(46ㆍ㈜H&G) 사장에게 똥은 곧 인생이다.
화장실 실험을 위해 신선한 똥을 구하러 전국 방방곡곡을 2년 넘게 누빈 그는 “성공도 잘못 소화하면 설사가 되고, 실패도 잘만 소화하면 쾌변이 되는 게 인생의 이치”라며 똥에 빗댄 인생 철학을 피력했다. 가축의 똥 처리시설을 개발했고, 지금도 똥의 위생적 처리를 위해 20년 넘게 씨름하고 있는 박완철(52)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환경기술연구단 책임연구원은 똥의 미래가치에 대해 논한다.
과거에는 전염병의 온상으로 기피 대상이었던 똥이 농경사회에서 작물을 키우는 비료로 쓰이다가 화학비료에 밀려 위생적 처리의 대상이 된 것이 현재까지의 역사다. 박 연구원은 똥이 멀지않은 미래에 대단한 자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에서만 매일 960만kg씩 배출되는 똥을 모아 발전소를 돌리는 자원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시 공무원 재직시설 전국의 공공화장실을 쾌적하게 바꾸는 데 앞장섰던 심화식(52ㆍ주용환경컨설팅 대표)씨는 “배설은 막을 수 없는 자연의 순리이다. 다만 제대로 처리하는 게 최대의 관건”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심씨는 백두대간 살리기 사업에 퇴비를 이용하고, 농협에서 똥을 수거해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공급하는 아이디어들도 내놓고 있다.
세계인들의 시선은 어떨까. 문헌을 통해 되짚어봤다.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는 똥의 존재 이유를 높게 평가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나는 똥을 관찰하고 그것에 관해 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 똥은 완전히 나의 일부이며, 그 농도, 향기, 형태는 나의 직업, 나의 삶의 방식에 상응한다”며 똥이 자신의 분신임을 강조했다.
순수이성비판으로 유명한 18세기 독일의 대표적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1804)는 저서<기지의 혜안>에서 “내장 속에 우울한 바람이 일 때, 그 바람이 어느 쪽을 향하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래로 향하면 방귀가 되고, 위로 향하면 성스러운 영감이나 계시가 된다”고 말했다. 사변적인 형이상학을 날카롭게 비판했던 대 철학자는 자연의 일부인 인간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똥을 사용한 셈이다.
<똥오줌의 역사>라는 책을 펴낸 프랑스 작가 마르탱 모네스티에는 “똥오줌 이야기를 경멸하는 것은 여자를 경멸하는 사람들이 결혼을 하려는 경우와 같다”고 말했다. 이 진지한 주제에 대한 우리 모두의 이율배반적 태도를 이보다 더 잘 꼬집을 수 있을까 싶다.
<출처: 한국일보(2007. 5. 25.)>